현실의 연애

[현실의연애] 너는 꿈을 찾아 떠난다고 하였다.

매직 아워 2020. 12. 2. 21:00

 

매직 아워의 블로그

 

 

 같이 부대끼고 누워 영화 한 편을 보고,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서로 묵혀두었던 이야깃거리를 안주삼아 한 잔 한 날이었다. 우리는 서로 완벽한 한 쌍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함께할 날들을 그리며 이런저런 목표를 제시하며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듯했다. 밤이 깊었고 우리는 손을 잡고 익숙한 길을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때,

 

너에게 기회가 왔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너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평생을 나의 시간보다 일에 속하여, 직장에 헌신하며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을 텐데, 내 인생의 반을 내가 싫어하는 일에 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듯이 답하였다만, 사실은 헛된 희망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너에게 정말 완벽한 기회가 찾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네가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네게 아무런 희망이 없던 시기에 제 발로 찾아왔다.

 


 전말은 이러하다. 어린 시절의 죽마고우가 크게 성공하여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전문적이며 실패 확률은 거의 없는, 그런 사업장에서 너에게 함께 일하지 않겠냐며 아주 달콤한 제안을 하였다. 그 일은 네가 평생을 몸 담고 살았던 분야로서 네게는 정말 자신 있는 일이었고 또한 하루에도 열댓 번은 그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sns를 보며 동경하는 일이기도 했다.

친구는 너에게 함께 일해보자며 자신이 아는 전문가를 소개해주고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도 모두 진행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너는 지금 한국에서 기반을 갖추지 못하였고, 직장도 없었다. 더군다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취업처를 찾기에 어려움이 많던 시기였다. 그것은 누가 봐도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었고, 너의 커리어를 쌓기에 부족함이 없는 큰 기회였던 것이다.

 


단, 조건이 있었다. 


 

사업장이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할 수 없었다.

 

그러니 두 달안에 짐을 싸서 이국 땅에 가야 한다고,

 

그게 조건이었다.



 

동시에 그 소식을 본 우리의 표정은 서로 달랐다.

 

나는 네가 그 문자를 보고 짓는 표정을 보는 순간,

주름진 미간을 펴고 내려갔던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릴 수 밖에는 없었다.

 

"축하해. 얼른 가겠다고 말해. 너에게 좋은 기회잖아."

 

나는 환하게 웃으며 너에게 말했다.


그러나 묵직한 감정들이 내 표정을 방해했기에

너는 그것을 알아차린 듯 했지만

 

 

너는 알겠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