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린 게 엊그제, 어제도 종일 흐린 날이었고 오늘도 하늘이 흐리다. 흐린 날은 왠지 더 일어나기가 싫어지고 늦잠도 더 자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와서 슬슬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루가 시작된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야 아침이 자연스럽다고 해야 되나. 밥을 먹기 싫어서 엄마가 잔뜩 주고 간 영양 바를 입에 물었다. 건조하다. 물을 먹기엔 물이 맹해서 별로이다. 마트에서 산 석류맛 홍초와 물을 섞어서 컵에 따랐다. 괜찮은 맛이 난다. 홍초 음료가 든 하얀 컵을 가져와서 하얀 테이블에 두고 하얀 의자에 앉아 하얀 노트북을 켰다. 하얀 서랍장에서 마우스를 꺼냈다. 하얀 레이스 커튼을 하늘하늘하게 내려오게 놓고 그 옆의 하얀 조명을 켰다. 언제부터 이렇게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