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날씨가 흐리면 기분도 흐려지는 이유는 뭘까

매직 아워 2020. 11. 20. 11:32

 

출저 - 매직아워 블로그

 

오랜만에 비가 내린 게 엊그제, 어제도 종일 흐린 날이었고 오늘도 하늘이 흐리다.

흐린 날은 왠지 더 일어나기가 싫어지고 늦잠도 더 자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들어와서 슬슬 깨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하루가 시작된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야 아침이 자연스럽다고 해야 되나.

밥을 먹기 싫어서 엄마가 잔뜩 주고 간 영양 바를 입에 물었다.

건조하다. 물을 먹기엔 물이 맹해서 별로이다.

마트에서 산 석류맛 홍초와 물을 섞어서 컵에 따랐다.

괜찮은 맛이 난다.

홍초 음료가 든 하얀 컵을 가져와서 하얀 테이블에 두고 하얀 의자에 앉아 하얀 노트북을 켰다.

하얀 서랍장에서 마우스를 꺼냈다. 하얀 레이스 커튼을 하늘하늘하게 내려오게 놓고 그 옆의 하얀 조명을 켰다.

언제부터 이렇게 하얀색을 좋아하게 되었지?

내가 원래 좋아하는 색은 민트색, 인디핑크색이다.

하지만 하얀색은 집을 더 넓어 보이게 해주니까, 심플하니까,

평범하니까,

다 하얀색을 선택한 것 같다.

내 방을 평범한 하얀색으로 도배하고 내가 좋아하는 인디핑크 색은 점만 찍어두면 된다.

음, 어릴 때였다면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으려나?


노트북을 켰다. 인터넷을 열었다.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로그인을 했다. 블로그를 켰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음, 지금 내 옆에는 아무도 없다. 아, 내가 키우는 앵무새가 옆에 있다.

오늘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평소에는 따듯하던 집에서 외부의 찬바람이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

 

이 의미 없는 끄적임을 마치고 나면, 오늘의 할 일 리스트를 만들고 어느 정도 지켜내려가다가 허기짐을 참지 못하고 1시 30분쯤에 혼자 밥을 먹으러 나가서 맛없는 음식을 빠르게 먹고 돌아와서는 다시 오늘의 할 일을 어느 정도 지켜내려가다가 운동을 하고 그제서야 씻고 그리고 또 할 일을 하다가 밥을 먹을 것이고, 그리고 하루의 마무리를 포스팅할 것이고, 그리고 자겠지.

음,

부지런하게 의미 없는 삶이다!


가끔은 하루의 시작을 미루고 싶은 날이 있다.

특히 하늘이 흐리고 찬 기운이 강한 날은 더욱 그렇다.

하루의 시작을 미룬다는 것은 세수를 미루는 것과 동의어이다.

밍기적 밍기적

밍기적 밍기적

하루가 시작되는 게 싫은 사람들은 그래서 오후에 일어나고는 한다.

아침에 깨어나서 노는 것은 나의 부지런했던 지난 아침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그러니 점심 지나서 일어난다.

밤에 깨어있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자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차피 수면시간으로 버려질 시간이니 더욱 타당하게 놀 수 있다는 마음에 밤은 새벽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밍기적 밍기적.

나는 정말 끈기가 없는 사람이다.

노는 것마저 질렸기 때문이다.

게임을 일주일 이상 해본 적이 없다. 게임을 하면 초반에는 흥미로워도 방법을 알고 나면 앞 길은 정해져 있다.

그 길이 너무 뻔해서 재미가 없다.

하루의 시작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도 있는 것 같다.

나의 하루가 내 예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작되고 끝날 것을 알기 때문에 시작하기가 싫다.

그런 하루들을 지나온다면 정말 무기력한 삶을 살 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에 변수를 주기 위해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내 삶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나로 하여금 목표를 세우게 하고 준비하게 만든다.

가능한 사람들이 사는 '인생'을 간접 경험하고자 한다.

드라마, 드라마보다는 소설, 글은 상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서 영상보다 자극적이다.

글은 꿈꾸게 만들고 '무의미'를 '유의미'로 바꾸어줄 희망을 제시한다.

그래서,

그러니까 아무튼,

오늘도 열심히 내 삶에 변수를 만들고자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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