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연애

[현실의 연애] 싸운 날, 같은 침대에 누워있을 때 느끼는 감정

매직 아워 2020. 11. 26. 21:30

 

 

- 매직 아워 블로그 -

 


같이 있는다는 건 너무 괴로운 일인 것 같아.


한 침대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누워서는
나는 오늘 일어난 싸움에 대해 이 일이 왜 일어났으며 오늘의 명대사(=최악의 대사)는 누가 날렸나 곰곰이 돌이켜보다가 곧 있으면 두통이 날 지경인데 너는 태평하게 코를 골기 시작하고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너를 뒤돌아보지.


한숨을 푹 쉬고는 '나만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 정말 억울한 일이야. 얘는 이렇게 태평한데, 얼른 잠이나 자자.'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고 하지.
근데 잠을 잘 수 있겠어?
너의 코골이는 이미 시작되었지, 하도 한 방향을 보고 누워있었더니 왼쪽 머리가 뜨거워서 앞으로 돌아서 자야 하는데 내 구역을 침범한 너의 팔꿈치 때문에 편히 눕지를 못하지, 그럼 언제나 그랬듯이 불편하게 뒤척거리며 나는 한 시간 이상 잠을 못 자는 거야.


오해하는 게 있는데, 나는 혼자서는 엄청 잘 자는 사람이야.
근데 너의 옆에 있으면 잠을 못 자. 특히 싸운 날은 더더욱! 가끔은 네가 드르렁드르렁 거리는 게 너무 꼴 보기 싫어서 코를 손등으로 툭 밀기도 해. 그러면 한 10초 정도 조용하거든? 근데 곧 다시 시작되지. 그러면 더 미워.


제일 화나는 게 뭔 줄 알아? 나는 내가 돌아누워 있으면 풀려고 네가 뒤돌아서 안아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곯아떨어졌다는 거야. 그게 제일 짜증이 나. 물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들키고 싶지 않고. 근데 나는 지금 추워. 팔 붙이고 싶어. 어차피 너는 자고 있으니 모를 거야. 기분 나쁘지만 팔 좀 붙여야겠어.


이렇게 싫은데 대체 우리는 왜 같이 사는 걸까?
너도 내가 불편하다며, 나랑 같이 있는 게 눈치 보이고 힘들다며. 근데 왜 나랑 살아. 왜 미안하다고 하고 왜 화해하려 하는지 나는 잘 이해가 안 가.


가끔 네가 안쓰러워. 생각도 하지 않고 뱉은 말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고 그걸 미안하다고 하고, 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해서 한번 더 사과할 일을 만들고.. 아까 미안했으면서 왜 또 미안한 일을 만들어.. 그러고 왜 또 미안하다고 해..?
너는 가끔 보면 네가 스스로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제삼자가 너의 입을 마음대로 놀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술 밑에 있는 점 때문인가..? 그 점이 말을 조심해야 하는 점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조만간 점 빼러가야지. 큰 점이라서 만 원정도 할 거야.